그렇게 삼각관계가 되어버린 사무실을 퇴사하고 저는 한 까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었습니다. 사회생활을 얼마하지도 않았는데 자꾸 이상한 일들만 일어나는게 의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경우가 있나싶어 제가 있어졌던 일들을 공유하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공인회계사'분으로부터 저에게 연락이 왔었습니다. 제 까페글을 읽어보았다고 사연이 딱하니 자기와 함께 일해볼 생각이 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정말인지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죠. 제 경력은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하여 그렇게 좋은 이력으로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재취업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때에도 구직활동은 하고 있었죠.. 하지만 먼저 있었던 2개의 사무실에서 각각 1년좀넘게 근무하고 퇴사한거로 이력에는 남아있으니 저 같은 사람을 어느 사무실이든 쉽게 채용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때 그 회계사분에게 그런 연락을 받았으니 정말 구세주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그 공인회계사는 젊은 나이에 대형회계법인에서 높은 직책에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외모도 스펙도 학력도 머하나 떨어지는게 없는 엘리트 중에 엘리트였죠. 헌데 전 직장에서 저와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개인사무실을 차리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개인프라이버시라 공개는 못해드려요..^^:)
그렇게 동병상련 비슷하게 되어 서로를 더 신뢰하며 다시 회계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연봉도 그 삼각관계되었었던 그 친구와 동일하게 맞춰주셨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였습니다. 강남의 한 오피스텔이었는데 규모는 작지만 깔끔하더라구요. 문제는 사무실에 갔는데 일거리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회계사무실 직원이 입사를 하면 보통 40개정도의 거래처를 맡아서 하는데 1군데도 거래처가 없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회계사님께 여쭤보았죠. '보통 개업하기 전에 거래처를 섭외해놓고 오픈을 하는데 왜 개업부터 하신건지요?' 그랬더니 다 계획이 있다고 하시면서 회계사무실 홍보팜플렛을 가져오시길래 우선 그것들을 사업체들에게 우편보내는 일을 몇달했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쯤 거래처가 한 15개정도 모였던 것으로 기억되네요.그래도 사무실에서 빈둥거리면서 노는 것보다는 나았죠. 월급도 그때당시 적게 받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적은 거래처지만 최선을 다해서 응대도 하고 기장도 하고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회계사님께서 저와 면담을 하자고 하셔서 함께 테이블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하시는 말씀이 '이제 00씨와 더 이상 같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저에게는 정말 청천병력같은 소리였습니다. 평생을 같이 하자고 하셨으면서 단 6개월만에 그만두라니.. (이렇게 되면 제 경력은 그냥 휴지쪼가리 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이유가 머냐고 물어봤습니다. 그 때 하신 말씀이 제 인건비를 포함해서 월500만원정도가 나가는데 감당이 안된다고;; 헌데 전에 있던 회계법인에 있던 동료직원들이 뭉쳐 개업을 했는데 본인도 거기로 가게 돼면 고정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아무리 살려고 발버둥쳐도 일이 계속 꼬이니 너무 답답한 마음에서 였던 것 같네요.. 그래서 회계사님께 간청을 했습니다. 연봉을 반으로 줄일테니 저를 그 사무실에 데려가 달라고 지금 제가 관리하던 거래처는 어떻게 하실거냐고 그랬더니 하루만 더 생각을 해보자고 하시더라구요.
다행이 다음날 회계사가 그럼 제 말대로 연봉을 깍고 그 사무실에서 좀 나아지면 그 때 다시 연봉을 책정해서 더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그 사무실을 폐업하고 회계법인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죠.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동료회계사들이 저를 퇴사시키고 와야 가입을 시켜주겠다고 이야기가 됐었더라구요;;) 아무튼 그 쪽 회계법인직원과 저는 따로 분리된 테이블에서 제 업무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넘어가게 되었고 저희 거래처도 한 35개정도 모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거래처만을 서둘러 모으려다보니 회계장부가 엉망이 거래처들만 잔뜩 모이게 된 것이죠.. (진짜 수정신고를 얼마나 해됐는지..) 그러다 보니 맨날 야근을 하다가 제 몸이 완전히 망가져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20대 후반 한창일 때인데 완전 과로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죠.
이번에 반대로 제가 먼저 '저 이제 일을 더 이상 못할 것 같습니다.' 라고 사직의사를 내어 보였습니다. 그랬더니 회계사가 그럼 2달만 사람을 구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알겠습니다'하고 진짜 힘들게 2달을 버텼습니다. (진짜 몸이 너무 아팠는데 억지로 다닌거죠.) 그렇게 2달이 다 돼어가는데 면접을 보러 1명도 안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회계사와 단둘이 1:1로 일하는 회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을듯 하네요.) '회계사님 2달 다 되었습니다. 정말 너무 힘듭니다. 그만 두겠습니다.' 했더니 딱 1달만 더 있어달라는 거에요;; 진짜 마지막이라고. 1달뒤에 안구해지면 그냥 나가도 상관없다고.. 그러는데 제가 머 어쩌겠습니까? '알겠습니다'하고 또 간신히 1달을 견뎠습니다. 결국 사람을 구해지지 않았고 저는 약속대로 퇴사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좀 쉬고 있었는데 보름뒤에 회계사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00씨가 맡은 거래처에 문제가 생겼다고 가산세가 2,000만원이 나왔다고..' 그러면서 저 보고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책임 못지겠으면 소송을 걸겠다고..(남편이 변호사였기 때문에 소송하면 무조건 제가 지는 상황..) 그렇습니다. 제가 퇴사한 이후에도 구인이 안되니까 홧김에 제 뒤통수를 친 것이죠.(난 분명히 약속지키고 3달 더 일했는데..) 그래서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사무실에 가서 머가 잘못된건지 확인해보겠습니다' 하고 부랴부랴 챙겨서 사무실에 도착해서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확인결과 제 실수가 가 아니라 상대방 업체직원의 실수인 것이 밝혀졌죠. 저는 거래처 직원에게 전화해서 한마디를 하고 회계사님께도 연락을 드려 자초지종을 설명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한다는 소리가 벌써 해결이 되었으니 그냥 집으로 가라고 하시더라구요. (책임지라고 소송걸겠다고 한지가 얼마나 지났다고..) 그렇습니다. 이미 문제될 일도 아닌데 저를 힘들게 하려고 그런 전화를 했던 것이죠.. (아파서 누워있는거 뻔히 알면서..ㅡ,.ㅡ)
영원히 함께 믿으며 일하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1년 반도 채 안되어 이렇게 배신으로 마무리가 되어버렸네요..역시 사람이라는 존재는 믿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에서는 아무에게나 너무 쉽게 마음주지 마세요. 뒤통수 맞을 때는 마음 준 만큼 아프더라구요..ㅜOㅜ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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